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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후기 :: 경남도립미술관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영원한 유산 후기

by sojxn 2023. 3. 4.

:: 전시 후기 :: 경남도립미술관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영원한 유산 후기

창원 경남도립미술관

지난 가을 혼자서 다녀왔던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영원한 유산 후기도 남겨보러고 한다. 처음 방문했던 경남도립미술관은 꽤나 좋았다. 가을 단풍이 질 때라 그랬기도하고, 미술관이 컴팩트한 느낌이라 좋았다. 너무 크고 오래 걸으면 힘든데 적당히 산책삼아 관람하기에 적절한 크기였달까? 부산에서 멀지도 않으니 가끔 자주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건이 컬렉션 영원한 유산은 지난 2022년 10월 28일부터 올 1월 25일까지 전시 진행되었다. 총 3관으로 나누어져있었고, 제1부 ‘빗장을 풀며’ 에서는 자연의 풍경을, 제2부 ’오늘이 그림 되니‘에서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의 모습을, 제3부 ’영원을 꿈꾸며‘에서는 끊임없는 조형실험을 통해 발전시켜 나갔던 새로운 미술세계들을 주제로 삼았다. 어렵지 않게 섹션을 나눠둬서 작품을 즐기기에도 좋았고, 이해하기에도 어렵지 않았다. 경남도립미술관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영원한유산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다섯 작품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물론 단순한 내 취향이다.


도상봉,고궁의가을

도상봉,고궁의가을(1975)

가을의 정취를 듬뿍 담아둔 도상봉 작가의 ‘고궁의가을’. 당시에 가을이었어서 더 예쁘게 느껴졌던 그림이다. 파스텔로 문지른듯, 수채화 물감이 번진듯 산과 나무가 몽글몽글 피어나게 표현한 부분이 좋았다. 가을 길을 거닐다가 마주친 고즈넉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의 풍경이 잘 담긴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도상봉 작가님은 ‘회화는 생활의 반영이어야 한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일상적인 소재를 중심으로 인물화, 정물화, 풍경화를 그려왔다고 한다. 또한, 도자의 샘이라는 뜻의 ‘도천’으로 호를 지을 정도로 조선백자를 사랑하셨다고 하는데, 이건희컬렉션에서 만난 몇몇의 도상봉 작가님 작품의 대부분이 다양한 꽃이 담긴 백자그림이었다. 달항아리에 집착하는 나와 취향이 비슷하신 것 같아 앞으로도 작가님 작품은 내 눈이 계속 들어올 것만 같다.

윤중식,황혼

윤중식,황혼(1970년대)

지난 포스팅이었던 부산시립미술관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수집:위대한여정‘ 에서도 살짝 언급했던 윤중식 작가님의 <황혼>이라는 작품이다.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색감의 작품들이라 몇번만 봐도 바로 작가님임을 알아챌 수 있다. 황혼의 화가라 불리우는 윤중식 작가님은 분단이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는 작품들이 많았는데, 이 <황혼>이라는 작품도 그러한 그리움이 표현된 작품이라고한다. 비둘기도 윤중식 작가님의 그림에 희망의 매개체로 자주 등장하는 소재라고 했던 것 같다. 나의 고향도 아니지만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노을지던 어느 날의 우리 부모님 가게와 그 앞의 바다가 그리워지는 것 같아서 괜히 슬퍼진다. 짙고 굵은 윤곽선과 강렬한 색채는 그의 야수파의 경향을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이인성,설경

이인성,설경(1930년대)

이 그림을 좋아서 저장해뒀다가 지난 포스팅 이후 이 이인성 작가가 저번에 그 조선의 향토색을 가장 잘 구현한 <가을 어느날> 작품을 그렸다는 것에 너무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보면 계속 눈이 들어오는 작품들의 작가님이 겹치는 것을 보며 내 취향이 한결 같은 거 같기도하고... 너무 느낌이 다른 작품이었어서 같은 작가님 작품이라는 것이 충격이기도 했다. 내가 본 이인성 작가님의 그림은 내리쬐는 햇볕과 익어가는 토양, 황토빛 느낌이 가득했는데 이 그림은 너무도 다르게 다가왔기때문이다. 그래도 비슷한 부분이라하면 설경임에도 마냥 하얀 눈과 차가운 푸른빛이 아니고 녹색과 사이사이 흙빛이 드리우는 점과 거침없는 붓 터치가 아닐까. 이인성 작가의 <설경>은 겨울 풍경임에도 마냥 아름답고 고요하지 않은 느낌이 좋았다.

이중섭,가족

이중섭,가족

일상의 소재가 담긴 두 번째 섹션에서 가장 좋았던 그림이다. 이중섭 작가는 일본 유학에서 귀국한 후, 한국전쟁이 발발하여 피란생활을 하다가 아내와 자식들을 일본으로 보내고 홀로 남았다고 한다. 통영, 대구 등 여러 곳을 전전하며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재회의 소망을 그림에다 담아내었는데 이 작품도 그러한 그의 심정을 잘 녹여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행복한 인물들 속에서도 이중섭 작품만의 거친 흰색과 짙은 색의 붓 터치가 느껴진다. 이중섭  작품의 여러 작품들에서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라고 하는 인물들의 신체 접촉이 이 그림에서도 보인다. 아마도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불안한 그의 심리가 드러나는 부분이 아닐까. 끝내 이중섭 작가는 가족과 재회하지 못하고 정신이상과 영양실조로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그 스토리를 읽고 보니 더 슬픈 느낌이었고, 나도 부모님이 더 보고싶어졌던 작품이어서 가장 마음 속에 담아두고 싶은 작품이다.

방혜자,빛의 울림

방혜자, 빛의 울림(2011)

빛의 화가라 불리우는 작가, 방혜자 작가님의 작품이다. 경남도립미술관 마지막 섹션에 가장 마지막 작품이었는디, 사진으로 그림의 반도 담아내지 못한 느낌이라 반드시 실제로 봐야하는 대작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사실 방혜자 작가님과 작품이 대해 처음 접하게되었는데, 너무너무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캔버스 앞뒤로 황토를 칠하고 그 위에 채색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뒤에서 비쳐오는 황토의 색감이 앞으로 비쳐져 나오고, 전체적으로 입체감이 꽤나 느껴져서 좋았는데, 그 입체감 때문에 표현된 빛이 더욱 영롱하게 비치는 느낌이었다. 방혜자 작가님은 시냇물 속에 조약돌에 비치는 햇빛을 보고 빛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하셨다고 한다. 아마 이 작품이 그런 빛의 느낌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후에 작가님이 대해 여러모로 알아봤는데 프랑스 사르트르 대성당에 방혜자 작가님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4점이 있다고 했다. 프랑스 가기 전 알았다면 반드시 보고왔을 것 같아서 아쉬웠다. 그리고 지난 해 별세하셨는데, 미리 작가님을 알지 못해서 너무 속상하고, 그의 빛나는 작품들을 이제부터라도 하나하나 더 찾아서 눈에 담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이 작품은 많은 사람들이 한번씩 봤으면 좋을 것 같다.


쉽지 않은 미술, 더 쉽지 않은 감상문

다섯 작품이면 간단하겠지해서 시작한 포스팅이 꽤나 어렵고 부담이다. 미술관 갤러리 등 다양하게 돌고 있지만 그 중에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만나고 꼽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그 느낌을 표현해 적기란 더더더 어려운 것 같다. 경남도립미술관을 지난 가을에 다녀오며 이 포스팅을 기획했지만 해가 지나고 3월이 되서야 이렇게 완성된 포스팅이다. 그래도 하나라도 더 기록해둬야 나중에 서른 두살의 내 취향, 아끼는 작품, 사랑하는 작가님들을 나중에 더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어려워도 계속 할거다. 대신 다음 포스팅은 언제가 될지 또 모르겠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