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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느낌집

전시 후기 :: 부산시립미술관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수집: 위대한 여정'

by sojxn 2023. 2. 3.

 

전시 후기 :: 부산시립미술관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수집: 위대한 여정'

'전시 느낌집'에서는 전시 관람 후, 가장 좋았고 기억에 남았던 5 작품을 뽑아 후기를 남깁니다. 개인적인 미술 취향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기록해두려고합니다. 그 때는 좋았지만 지금은 싫어질 수도 있기에 시기적절한 빠른 업로드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지긋이 오랫동안 좋았던 작품 위주로 남겨봅니다.

부산시립미술관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수집 : 위대한여정

서울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이건희컬렉션이 각 지방으로 내려오면서, 드디어 부산에서도 이건희컬렉션을 만날 수 있었다. 사실은 이 글 이전에 썼어야 할 경남도립미술관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영원한 유산을 이미 관람한 뒤라 전시가 끝날 무렵 부산시립미술관의 이건희컬렉션을 관람했다. 기사로 접했을 때, 꽤나 겹치는 작품들도 있을 수 밖에 없다해서 좀 느긋하게 마음을 먹고 다녀오게 된 것 같다. (사실은 가까운 곳이 더 잘 안가져서 나의 게으름이 문제이기도 했다.) 일렬로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려가며 관람할 정도의 핫한 전시였는데, 그러다보니 딱히 좋지 않은 작품은 (강제로) 오래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좋았고, 너무 좋았던 작품은 오래 머무르기 힘들어서 아쉬웠다. 역시 이제는 시립미술관은 사람이 없는 평일을 노려봐야한다. 

경남도립미술관과 부산시립미술관의 이건희컬렉션

그에게 선택된 작품들을 각 미술관에서는 다양한 주제로 기획하고 전시를 진행했다. 경남도립미술관은 총 3부로 구성하여 풍부한 자연을 담은 작품들, 일상적인 삶과 가치를 담은 토속적인 작품들, 끊임없는 조형실험을 통해 독자적 예술세계를 구축했던 작가들의 작품들로 주제를 나누었다. 그리고 부산시립미술관은 공공컬렉션이 된 국립현대미술관과 대구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의 이건희컬렉션을 비롯해서 각각의 미술계 문화 주체들의 근현대 미술 컬렉션을 함께 소개했다. 역시나 같은 이건희컬렉션이라는 타이틀에도 각 미술관들의 기획이 돋보이기 때문에 모두 찾아가서 볼 가치가 있는 건 확실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부산시립미술관 이건희컬렉션 수집:위대한여정에서 눈과 마음을 사로잡고 여운을 준 작품들을 5 작품 정리해두려고 한다. 매우 개인적인 취향이 담겨있기 때문에 추천의 의미로 쓰는 글은 아니니 오해하지 않길...!


 

1. 이인성, 가을 어느날

이인성, 가을 어느날

대구 출신의 서양화가 이인성. '조선 향토색'을 가장 잘 구현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의 '향토색'론에 따른 여러 비판적 의견 속에서도 강렬하고 개성 넘치는 화풍으로 큰 영향력을 끼쳤다고 한다. 이 <가을 어느날> 작품은 이인성 작가의 대표작으로 고갱의 작품이 떠오르듯 비슷한 분위기를 뽐내고 있다. 고갱의 작품을 볼 때, 늦은 오후 내리쬐는 햇볕이 느껴졌는데, 이인성 작가님의 이 작품을 보면서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뜨거운 햇볕에 축 늘어진 해바라기와 식물들, 짙은 가을 하늘과 살짝 그을린 피부까지! 사실 그렇게 좋아하는 분위기는 아닌데, 실제로 보았을 때 작품의 크기와 색감에서 오는 에너지가 매우 컸던 그림이라 기억에 남는다. 

2. 오지호,잔설

오지호, 잔설

한국적 인상주의 화풍을 개척한 서양화가 오지호. 오지호 작가는 1925년 도쿄 미술학교로 유학 이후 인상주의를 접했다고 한다. 이후 한국적 풍광과 자연미를 그만의 인상주의 화풍으로 화폭에 담아냈다고 한다. 뭔가 이 그림이 기억에 남는게, 그림을 보면서 계절감의 모든 오감이 다 느껴져서 였던 것 같다. 보기만해도 입김이 나고 손이 시려울 것 같은 기분이 난달까? 매우 사실적인 그림도 아닌데, 그 겨울의 느낌이 꽤나 생생하게 다가왔다. 뭔가 추운 설산에서 눈 비비고 흐린 눈으로 앞을 바라본 느낌? 너무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오지호 작가님의 다른 작품도 함께 기록해둔다.

오지호,복사꽃이 있는 풍경

3. 이대원,언덕의 파밭

이대원,언덕의 파밭

이번 이건희컬렉션을 보면서 그 중 최애 작가로 뽑고싶은 이대원 화백. 한국화의 대가 이상범이 이대원의 그림을 보며  '서양 물감으로 그린 동양화'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산과 들, 나무와 연못 등 자연풍경을 담았다. 이대원 작가의 작품을 검색해보면 화려한 색채의 점묘화가 대부분이고, 그 작품들로 다들 이대원 작가를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이 <언덕의 파밭>은 그 작품과는 꽤나 다르게 그려진 이대원 작가의 초기작으로 소박하고 정겨운 느낌이 들어서 더 좋은 것 같다. 여기서도 꽤나 짧은 붓터치로 색칠되어 있는데, 거기서 오는 울퉁불퉁한 질감이 더 좋았다. 이 외에도 이대원 작가의 다양한 초기작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다 너무 좋아서 기록해둔다.

이건희컬렉션, 이대원

4.윤중식, 뜨거운 태양

윤중식,뜨거운 태양

뮤지엄 산 컬렉션에 들어가자마자 그림 뒤에 불켜진 거 아닌가 확인하게 만들었던 윤중식 작가의 <뜨거운 태양>. 그리고 거짓말처럼 경남도립미술관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 중 하나였던 <황혼>의 작가 또한 이 윤중식 작가님이었다. 아! 나는 이 작가님 그림에 매료되었구나 싶었다. <황혼> 그림은 경남도립미술관 이건희컬렉션을 포스팅하면서 더 설명하기로 하고, 이 <뜨거운 태양>도 첫 인상이 엄청나게 눈에 박혔는데, 아무래도 쨍한 주황빛의 색채감 때문이 아닐까싶다. 역시나 이 윤중식 작가님은 '황혼의 화가'로 불리며 강렬한 주홍빛으로 일출과 일몰을 담아오셨다고 한다. 평양 출신이지만 한국전쟁 발발 후 서울에 정착하면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 희망과 평화의 주제를 비둘기와 함께 그려오셨다고 한다. 그리고 강렬한 색채감만큼이나 인상깊은 것은 굵은 윤곽선과 두터운 마티에르인데, 자칫 잘못 표현하면 사실적이지않고 뭉툭한 느낌일 수 있지만 윤중식 작가님의 작품에서는 전혀 그렇게 다가오지 않았다. 오지호 작가님의 <잔설>을 보며 입김이 나는 걸 느꼈다면, 윤중식 작가님의 <뜨거운 태양> 작품을 보면서는 뜨거운 햇볕에 눈살이 살짝 찌푸려지는 기분을 느꼈다. 이 기막힌 생동감, 역시는 역시다!

 5.유영국,산

유영국,산

유영국 작가님은 미술을 좋아하지 않을 때도, 지금도 언제나 나의 원픽 작가님 중 한 분이다. 나는 주로 그림을 볼 때 사물로 보는게 아니라 색을 보고, 그 색채감에 압도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은데(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바로 이런 색채의 대가, 색채 마술사라고 불리는 유영국 작가님의 작품들이 주로 모두 그런 편이었다. 와 이거 뭐야 엄청나다! 하면 그의 작품이었다고나 할까? 잘은 모르지만 그냥 느낌이 좋아서 여태껏 원픽이라고 불러왔다. 역시나 이번 컬렉션에서도 유영국 작가님의 작품들이 꽤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 중에서도 이 <산>이라는 작품이 좀 유니크해서 뽑아봤다. 내가 봐왔던 유영국 작가님 작품들과는 조금 다르게 매우 단정(?), 얌전(?)... 어울리는 단어를 못찾겠지만 뭔가 좋았다. 색채감에 사로잡히는 것도 좋지만, 또는 지긋이 오래볼 수 있는 그림도 매력이 있는데, 이 <산> 작품은 그런 작품으로 다가와서 기억에 남았다.


명품주의 컬렉션, 이 때 아니면 언제봐

이건희컬렉션을 경남도립미술관과 부산시립미술관 두 곳을 보면서 알아차린 것은, 확실히 그가 좋아하는 작가들이 정해져있다는 것이었다. 엄청나게 다양한 작가와 작품들의 다채로움보다는 컬렉팅 한 그의 취향을 두루뭉실하게나마 파악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취향이라기 보다는 뛰어난 작가들의 뛰어난 작품들만 모은 걸지도 모르겠다. '명품주의 수집'이라는 말이 나올만큼이나 이중섭, 박수근, 유영국, 김기창 등 한국을 대표하는 유명 화백들이 대부분이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두 컬렉션을 보고 비교하면서 그가 좋아했던 유명한 화백들의 특징을 살펴보고, 화풍의 변천사를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 그림의 느낌 아까 저 그림이랑 비슷하네! 하면 주로 같은 작가님들의 그림이었고, 작품의 연도를 비교하고 차이를 눈으로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같은 이건희컬렉션이라도 모든 공간의 전시를 다 봤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제 곧 2월 말부터는 대구미술관에서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웰컴 홈'이 전시된다고 한다. 가기 전에 경남도립미술관 전시 관람 후기를 남기고, 대구도 관람하러 가 볼 예정이다.